"매달 책 한권 읽기"를 새해 목표로 정하고 나서 읽은 첫번째 책이 "Incognito: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였다. 평소에도 관심이 있는 주제였고, 어떻게보면 부분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던 내용들이 근거와 함께 정리되어있어 완권을 하지는 못했지만.. 재밌게 읽었다.
> 내용정리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일들이 매일, 매시간, 매초마다 일어난다. 이 수많은 일을 우리는 모두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관심이 있을 법한 일만 정리해서 알려주는 것이 신문과 뉴스이다. 우리의 의식이 이 신문과 뉴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즉, 우리의 의식은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알지 못하며 활동 중 일부만을 전달받을 뿐이다.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자신의 심리적 장애를 다루는 개인병원에서 환자를 다루면서 환자들의 문제행동들의 원인을 환자들의 의식에서는 전혀 찾을 수 없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의 의식 너머, 훨씬 더 큰 부분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생각이 있기 전에는 의식만이 우리의 정신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했기때문에 의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상행동들은 약한 의지력, 악마 빙의 등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무의식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책에서는 시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가 보는 시각 또한 무의식의 기능 중 하나이다. 수십년 동안 앞을 보지 못하다가 수술 등으로 시각을 회복한 사람들은 세상을 보는 법을 다시 배워야한다고 한다. 눈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뇌는 들어오는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한다. 이렇듯 시각이라는 기능자체가 학습으로 구축되는 "기능"에 속하기 때문에 여러 착각을 일으킨다. 그렇기때문에 우리의 시각은 카메라처럼 세상을 충실하게 표현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틀린그림 찾기를 할 때에 잘 찾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우리는 틀린 그림을 보고 있지만 시각적으로는 잘 인지하지 못하고 주의를 기울여 구석구석 살펴보았을 때에만 차이를 인지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말해주기 전까지는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시각이라는 것은 단순히 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뇌에서 정보처리를 하는 과정까지를 포함한 단어이다. 따라서 눈이 어딘가를 보고 있더라도 뇌가 정보를 처리하지 않고 있다면 우리는 그 정보를 보지 못한다. 뇌는 2.5D 스케치 정도만 구축하여 언제 어디를 봐야하는지 정도만을 대충파악하고 있기만 한다. 우리가 카페에 있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의 뇌는 대략적인 카페구조를 머리에 그려두었다가 누군가가 "각설탕이 몇 개 남았어?"라고 물으면 그제서야 설탕그릇으로 주의를 돌려 데이터를 추가한다. 설탕 그릇은 줄곧 우리 시야 안에 있었지만 우리 뇌에는 설탕그릇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실제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을 인식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기대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래의 사진을 화분이라고 생각하고 볼 때와 사람얼굴이라고 생각하고 볼 때 다르게 보이는 것이 그 때문이다.
도널드 매카이는 시각피질이 세상의 모델을 만들어내는 기계와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는데, 피질은 자신의 예측을 시상으로 내보내고, 시상은 눈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와 비교하여 예측과의 차이를 보고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감각기관의 정보가 예측과 어긋났을 때에만 주의에 대한 의식이 발생한다. 우리가 자전거를 탈 때 의식적으로 페달에 가하는 압력을 신경쓰지 않지만 만약 평소에 타던 것과 기어가 다르게 세팅되어있다거나 다른 자전거를 타서 페달의 뻑뻑함이 다를때에만 페달을 밟는 동작을 의식적으로 하게되는 것이다.
우리는 뇌가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수많은 활동을 의식하지 못한다. 일부러 의식하려고 했다가는 오히려 잘 굴러가는 뇌에 방해가 될 것이다. 피아노 연주를 망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손가락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무의식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두어야한다. 우리는 직접 어떤 손가락이 어떤 건반을 눌러야하는지 일일히 컨트롤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다.
우리의 의식은 우리 뇌가 갖고 있는 지식에 직접 접근할 수는 없다(폐를 활용하여 숨을 쉬는 것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처럼). 뇌가 해낼 수 있는 일과 우리가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사이에는 격차가 있다. 살면서 새로 경험하는 일을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 환자들에게 테트리스를 가르쳐주었을 때, 다음날에 테트리스에 대해 물어보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할 수록 테트리스 실력은 점점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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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배우 멜 깁슨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경찰에게 단속되었다. 이때 깁슨은 인종차별적인 발언들을 하였다고 하는데 이 때 깁슨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술에 취하면서 깁슨의 본성이 들어났다고 하지만, 깁슨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가 반유대주의자라면 다른 유대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깁슨은 인종차별자일까, 아닐까? 많은 사람들은 사람의 진정한 모습은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거짓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은 여러 부분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깁슨의 뇌에 인종차별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뇌를 대의민주주의에 비유하는데 뇌는 서로 분야가 겹치는 여러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문가들은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며 경쟁한다고 주장하였다. 만약 멈출 수 없는 기차가 5명의 선로수리를 하고 있는 기술자가 있는 길과 1명이 있는 길 중 5명이 있는 길로 달려가고 있을 때 내 앞에 있는 스위치로 1명이 있는 길로 바꿀 수 있다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위치를 누른다. 하지만 만약 내가 기차 위에 육교에서 비만한 남자를 밀어서 떨어뜨려 기차를 멈춰 5명의 기술자를 살릴 수 있다고 했을 때는 그렇게 선택하지 못한다.
육교 시나리오에서는 운동계획과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이 활성화 되는 반면, 선로 스위치에서는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측명 영역만이 활성화된다. 둘 다 한명을 희생해야되는 상황이지만 뇌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영역이 달라짐에 따라 결과가 바뀌는 것이다. 현대의 버튼 하나만으로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희생될 수 있는 전쟁의 방식이 더 쉽게 전쟁이 발발하는 이유 중 하나로 생각하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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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미래를 할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 100달러를 받는 것과 일주일 뒤에 110달러를 받는 것 중 바로 100달러를 받는 것을 선택한다. 사람은 즉각적이거나 가까운 미래의 보상을 선택할 때 뇌에서 감저엥 관여하는 부위가 크게 활성화된다. 반면, 먼 미래에 더 높은 보상을 받는 선택을 할 때는 고등 인지기능과 신중한 사고를 담당하는 피질 측면 부위들이 더 활성화된다. 따라서 저자는 고결한 사람이란 유혹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유혹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파티에서 초콜릿 케이크를 추천받았을 때, 내 뇌의 일부는 단기적인 이득(단 것)을 생각하고, 다른 부분은 장기적인 전략(다이어트)를 생각한다. 이 싸움의 승패가 감정 쪽으로 기울어지면 케이크를 먹기로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일은 운동을 가겠다라는 다짐을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자유의지로 미래에 자신을 묶는 결정을 하는 것을 율리시스의 계약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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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뇌는 서로 분야가 겹치는 여러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케이스 중 하나가 살아 있을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지만 사망한 뒤 부검을 해보면 알츠하이머병(치매) 때문에 신경이 마구 망가진 것이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나이를 먹은 뒤에도 활발히 일을 계속하여 뇌를 자극한 사람들이었다. 이 과정중에서 뇌의 일부가 퇴행하는 와중에도 이전에 구축해둔 중복된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른 영역들이 대체하는 것이다.
여러영역으로 나뉘어있다는 또 다른 예시가 뇌 분리 수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외계인 증후군(두 손이 서로 상충하는 욕망을 드러내는 현상)과, 스트룹 테스트이다. 스트룹 테스트는 인쇄된 글자의 색깔을 말하는 테스트인데 초록색으로 인쇄된 "파란색"이라는 글씨를 제시하면 "파란색!"이라고 읽는 경우를 뜻한다. 스트룹 간섭은 단어를 읽으려는 강력하고 비자발적이며 자동적인 충동과 인쇄된 글자의 색깔을 말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는 상황 사이의 충돌을 보여준다.
우리의 뇌는 여러 외계인 서브루틴을 운영하면서도 정당화하기도 한다. 숨은 프로그램들이 행동을 주도하면 우리 뇌의 좌반구는 그 행동을 정당화한다. 우리의 좌반구 해석메커니즘은 항상 열심히 일하면서 사건들의 의미를 찾아내려하는데, 질서와 이성이 전혀 없는 곳에서도 항상 질서와 이성을 찾아내려하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른다. 뇌가 많이 손상된 한 여인은 두눈을 감으라고 했을 때 한쪽 눈만을 감고는 다 감았다고 한다. 이때 손가락 세개를 펴고 숫자를 물으면 여인은 3개라고 답한다. 그리고 의사가 두 눈을 감았는데 어떻게 손가락의 개수를 셀 수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여인의 뇌는 서로 충돌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한다. 그 문제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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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무의식이 많은 일들을 하고 우리의 의식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면 우리에게는 왜 의식이 있을까? 우리는 왜 회로에 각인되어 문제를 해결해주는 자동 루틴의 집단일뿐이 아닐까? 저자는 의식은 자동화된 외계인 시스템을 제어하고 제어권을 분배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의식은 마치 회사의 CEO와 같아서 CEO가 모든 부서의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알 필요없어 큰 결정과 방향만을 잡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CEO에게 보고가 되는 것처럼, 우리 의식은 세상에 일어나는 사건들이 우리의 기대나 예상과 어긋날때만 개입한다. 새로운 게임을 할 때, 뇌는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익숙해지면 뇌 회로에 각인되면서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고 뇌 활동이 줄어든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특정한 작업을 잘 수행한다. 외계인 서브루틴(좀비 시스템)이 잘 돌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서브루틴을 역동적으로 개발해내는 유연성을 갖춘 인간같은 생물은 매우 소수이다. 이 유연성의 대가로 인간은 비실용적으로 소수의 아기를 낳아서 긴 육아기간을 가져야만 한다. 반대로 매우 간단한 몇몇의 서브루틴을 가진 생물들은 많이 낳고 그냥 잘 되기를 바라자는 전략을 취한다.
큰가시고기 암컷이 수컷의 영역을 침범하면 수컷은 공격행동과 구애행동을 동시에 나타낸다. 가시고기는 단순한 입력신호로 동작하는 좀비프로그램 덩어리에 지나지 않아 이 서브루틴들을 중재할 의식이 부재하다. 즉, 여러 프로그램을 조정하고, 만족을 뒤로 미루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는 능력이 뛰어날수록 의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이러한 의식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다른 생물들은 교착상태에 빠질 상황에서도 우리를 탈출 시킬 수 있다. 우리 뉴런들이 수행하는 전체 기능에서 아주 작은 역할을 할 뿐인 의식이지만 꼭 필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 느낀점
이 책을 읽으면서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알림이 오지않았음에도 카톡에 읽지않은 메세지가 있어 확인해보면 방금 온 경우가 많았던 것처럼 내가 의식하고 있지 않았지만 인지를 하는 경우가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우리가 학습을 한다는 것이 결국 무의식의 레벨까지 뇌의 회로에 각인시키는 작업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많은 것들이 사실 우리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어 하나의 감각의 결과물을 무조건적으로 맹신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으며 나의 경험에 의한 생각, 가치관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수용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멜 깁슨의 케이스처럼 으레 말하는 취중진담처럼 한 사람이 여러가지 말을 할 때, 그 사람이 특수한 상황(일반적으로는 더 극한의 상황)에서 하는 말이나 행동이 진심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한 사람도 여러가지 상충하는 면모를 동시에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되어 너무 일부분만으로 판단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물론 일부분이라고 할지라도 너무 맞지 않는 사람까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